집은 직접 그려봐야지
평면은 간단하게
상공간 인테리어 작업 영역에서는 색상 다이어그램으로 조닝을 하고 기능과 동선을 표현하는데 아고는 구체적인 평면레이아웃에서도 활용을 합니다. 예전 W호텔 Woobar 공간 디자인을 시작으로 많은 F&B, 코리빙, 오피스, 주택 프로젝트 가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원리는 간단합니다. PPT 프로그램에 분양받은 평면도를 불러와 그 위에 영역 / 가구 / 소품 등을 색상 덩어리로 배치해 보는 거예요. 여기서 칼라별로 기능을 정해두면 편해요. 예를 들어 붉은색은 주방가구, 주황색은 주방 영역, 파란색은 욕실을 나타내는 색상을 정합니다. 되도록 좋아하는 색상으로 정하면 동기가 더 생기게 되더라고요. 해놓고 나면 나름 뿌듯합니다.



구조적 해법
주방은 다용도실을 확장하고, 작은방은 발코니를 털어 새로운 방으로 변신시켰어요. 물리적 한계는 망설이지 말고 바로 제거할수록 가능성이 늘어나거든요. 다음은 공용 욕실, 욕조가 꼭 필요할까? 건식으로 세면대와 양변기만 두는 건 어떨까 생각하고 와이프와 대화를 해봅니다.
건식 욕실 좋은데 욕조가 없어도 되겠어?
욕조가 없으면 나중에 집 매매 시 문제가 되지 않을까? 아 반신욕은 필요하겠다.
그럼 부부욕실을 넓혀서 미니 욕조를 넣어볼까?
이렇게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해보니 생각이 좁혀졌어요. 누군가에게 맡기더라도 이정도는 미리 생각해 두면 대화의 효율이 올라갑니다. 디자이너-클라이언트 모두 동상이몽 속으로 들어갈 일도 줄어들고요.
확장감있는 안방
억지로 "안방 - 드레스룸 - 부부욕실"로 나뉜 안방은 많은 변화가 필요했어요. 안방 자체가 너무 작아 보였거든요. 혹자는 안방은 잠만 자는 공간이니 되도록 콤팩트해도 된다고 하는데 우리 부부에게 안방은 힐링과 케어의 공간이란 걸 깨닫는 일이 있었어요. 고관절 수술로 집안 어느 곳보다 안방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며 안방의 중요성을 깨달았어요. 안방도 넓을수록 넓어 보일수록 좋구나. 왜 외국의 안방엔 침대 외 개인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테이블과 소파가 있는지 알겠더라고요. 더 이상 안방을 홀대하면 안 되는구나(웃음). 27평임에도 공용욕실과 부부욕실의 사이즈가 국민 평형인 전용 84m² 와 같아요. 결국 억지스러운 평면임이 드러난 거죠. 드레스룸을 없애보니 안방과 부부욕실의 연결이 매끄럽지 않았어요.
부부욕실을 공용욕실의 연장으로 보고 도어의 위치를 거실 방향으로 변경해 안방의 실사용 면적을 넓혀볼까?
안방 발코니를 티 룸으로 바꾸어볼까?
바닥을 올려 단을 조성하여 평상처럼 만들어볼까?
MY 주방 만들기
앞으로 가장 좋아하게 될 공간으로 로비 같은 주방을 상상해 봤습니다. 웰컴이 가능한 집의 심장 같은 곳! 그럼 어울리는 레이아웃은? "ㄷ자형", "일자형", "세미 아일랜드형" 등 가능한 모든 형태를 그려볼 수 있어요. 박스로 각 공간을 채우며 사용성을 상상하면 다양한 아이디어가 떠오릅니다. 세상에 꼭 이래야 한다는 공식은 없죠. 형태가 기이해도 나의 생활 방식과 어울린다면 그것으로 좋은 평면. 아일랜드가 유행이라고 꼭 따라갈 필요는 없습니다. 더 이상 마케팅에 조종당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Don't do it
- 브랜드 주방에서 제시한 방안 및 디자인 그대로 사용하지 않기
- 공산품 같은 주방은 피하기
- 유행 탈 주방은 애초에 피하기
그 외에는 다된다는 긍정으로 주방을 대하면 훨씬 가벼워집니다. 아마 덧셈보다는 뺄 샘을 잘해야 될 것 같아요. 짐도 빼고 가구도 빼고 욕심도 빼고
부동산 관점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를 부동산으로만 생각하여, 추후 집을 팔 때 원형 그대로 보존하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이 집에서 사는 경험은 아마 인생에서 한 번뿐. 이 시간조차 남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원형을 원하는 신규 구매자도 있고, 새로운 스타일의 집을 원하는 구매자도 있다. 기본적으로 이 부동산은 주택이 아닌 아파트이니 부동산 가치는 동일하다. 조금 더 용기를 내보려고 합니다.
전문 툴 사용
조금 더 자세히, 한 발 더 나아가 2D 프로그램인 CAD를 이용해 정확한 치수를 넣어 그림을 그릴 수도 있어요. 또는 스케치업 3D를 이용해 공간감을 직접 느껴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스케치업으로 치수까지 커버가 가능하죠. 3D로 다양한 공간을 만들어보고 최종 CAD로 정리하면 된다. 이 과정은 흥미 있는 사람만 도전해 보면 됩니다. 10번 생각만 해보는 것보다 한 번 3D로 올려보는 게 다르듯이 놓쳤던 것도 볼 수 있게 됩니다. 다만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하면 됩니다. 복잡하게 도면을 치기 시작하면 끝도 없습니다(웃음). 1장이면 될 내용을 10장으로 그린다고 해서 결과물이 달라지진 않아요. Be Simple!


정답은 없다.
정답은 없다. 이렇게 추가하고 빼다 보면 나에게 맞는 공간이 만들어진다. 그다음은 어떤 재료를 사용할지 구체적으로 고민하면 된다. 참 쉽다. 목재라고 하면 자세한 수종을 고르기보다 우드톤으로 색상만 넣어보자. 자세한 수종은 마감재 샘플을 구하면서 매칭해 보면 된다. 처음부터 꼭 이 재료가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은 없다. 공간의 형태가 변하고 색상이 정해지면서 변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조금 더 과감해져 보자. Be Bold! 그리고 공사 준비를 할 수 있을 정도의 디자인이 나왔다. 명심하자! 바꿀 수 없는 것은 없다. 단지 시간과 노력 그리고 비용이 들뿐이다.
콘셉트가 있는 집
어떤 취향을 반영할 것인가? 에 대한 답변 만으로도 충분한 콘셉트가 됩니다.
콘셉트라고 장황한 설명을 불라 불라 많이들 이야기하지만 핵심은 공간이며 그곳에서 느껴지는 감성 그리고 경험입니다. 여기서 무엇을 누릴 수 있는지 그 경험에 내가 투자할 가치가 있는지가 중요하겠죠.
